한국 사람들의 자차 사랑은 유별납니다. '내 차는 소중하니까'라는 마음으로 주기적으로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엔진오일을 교환하죠. 요즘은 커넥티드 카 서비스나 관리 앱이 잘 되어 있어 교환 주기를 놓치는 일은 드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본이 되는 '엔진오일' 그 자체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좋은 걸로 갈아주세요."
"합성유가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던지며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거나, 오히려 내 차에 맞지 않는 관리로 엔진 수명을 갉아먹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오늘은 내 시간과 예산을 절약하고, 차량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차주가 반드시 알아야 할 엔진오일의 핵심을 정리하여 알려드랍니다.
1. 엔진오일의 5가지 기능!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엔진오일을 단순히 '윤활유'로만 알고 계셨다면 오산입니다. 엔진오일은 엔진 내부에서 다음과 같은 5가지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엔진은 정말 비싸고, 민감하고, 중요한 자동차의 심장입니다.
- 윤활 작용: 금속 부품 간의 마찰을 줄여 부드럽게 움직이게 합니다.
- 냉각 작용: 엔진 폭발열을 흡수하여 오일팬으로 이동, 엔진 과열을 방지합니다.
- 밀봉 작용: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의 미세한 틈을 메워 압력이 새지 않게 합니다 (출력 유지).
- 방청 작용: 엔진 내부의 수분과 산소로 인한 부식을 방지합니다.
- 청정 작용: 연소 찌꺼기(슬러지)를 씻어내고 마찰면을 보호합니다.
2. 내 차의 엔진에 맞는 엔진 오일 스펙 읽는 법
정비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내 차 매뉴얼에 적힌 스펙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어도 자신의 차가 어떤 엔진 오일을 사용해야하는지 엔진 오일 등급 정도는 꼭 알아야 합니다."
- 점도 (예: 0W-20, 5W-20 등):
- 앞의 숫자(0W): 저온 시동성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겨울철 시동이 잘 걸리고 초기 마모가 적습니다.
- 뒤의 숫자(20): 고온 점도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속 주행 시 엔진 보호력이 좋지만, 연비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 등급 (예: SP+ 등):
- API(미국석유협회) 기준 최신 등급인지 확인하세요.
- 최신 가솔린 직분사 엔진(GDI)의 노킹 현상(LSPI)을 예방하려면 SP 등급 이상을 권장합니다.
3. 엔진오일 용량의 진실: "F선에 맞추지 마세요"
많은 분들이 게이지의 F(Full) 선까지 꽉 채우길 원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 냉간 시(엔진이 식었을 때): 권장 용량의 약 85% 수준만 주입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 이유: 엔진이 가동되어 열을 받으면 오일의 온도가 상승하며 부피가 팽창합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100% 수준으로 맞춰지게 됩니다. 과다 주입은 오히려 엔진 부하와 연비 저하의 원인이 됩니다.
4. 엔진 오일 교체시 함께 교체해야 할 부품들 : 오일 필터, 에어 필터
엔진오일 교환 비용에는 보통 '오일 + 오일 필터 + 에어 필터' 세트 비용이 포함됩니다.
- 오일 필터: 엔진오일 내의 불순물을 걸러주는 신장(Kidney) 역할을 합니다.
- 에어 필터(에어 클리너):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의 먼지를 걸러줍니다.
- Tip: 비용 절감을 위해 에어 필터를 2회 교환 시 1번만 교체하기도 하지만, 엔진 컨디션을 위해 매번 세트로 교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필터 교체는 세트로 해주는 것을 권장합니다.
5. 순정오일 vs 합성유: 어떤거 써야하나?
가장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잘 모르면 순정, 확실히 알면(그리고 예산 충분하면) 합성유"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순정 오일도 수 많은 테스트로 검증된 굉장히 뛰어난 엔진 오일 입니다!
A. 순정 오일 & 순정 부품 (권장)
- 장점:
- 제조사가 엔진 개발 단계부터 테스트한 가장 밸런스 좋은 오일입니다.
- 가성비가 훌륭하며, 무엇보다 "엔진 트러블 발생 시 무상 보증 수리(Warranty)"를 받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 추천: 보증 기간이 남은 차량.
B. 합성유 (사제 오일)
- 장점:
- 고온 점도 유지력이나 청정성이 뛰어난 고가의 제품들이 많습니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차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 주의사항:
- 엔진 트러블 발생 시, 오일 규격 문제로 무상 수리가 거부될 수 있습니다.
- 반드시 제조사 규격(점도, 등급)을 만족하는 검증된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 오일 필터/에어 필터는 호환품보다는 순정품 사용을 권장합니다.
6. 엔진오일 교체 주기: 거리(km)보다 중요한 건 '엔진 가동 시간'
"1만 km마다 갈면 되나요?"라는 질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엔진오일 수명은 "엔진 가동 시간(Engine Hour)"이 결정합니다. 통상적으로 엔진오일이 제 기능을 유지하는 기간은 엔진 가동 시간을 기준으로 200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엔진 오일 교체 시기: 주행 거리(km) = 평균 속도(km/h) × 엔진 가동 시간(~200h)
- 주행 환경평균 속도권장 교체 주기 (계산값)비고
| 주행 환경 | 평균 속도 | 권장 교체 주기 (계산값) | 비고 |
| 고속 정속주행이 많은 경우 | 50~75 km/h | 10,000 ~ 15,000 km | 쾌적한 주행 조건 |
| 복합 주행 경우, 저속+고속 주행 반반 | 30~40 km/h | 6,000 ~ 8,000 km | 시내 + 고속 |
| 극심한 시내/정체 환경의 주행 위주 | 10~25 km/h | 2,000 ~ 5,000 km | 가혹 조건 |
- 핵심: 서울 시내 출퇴근만하는 차량은 1만 km가 아니라, 5,000km만 타도 엔진은 이미 200시간 이상 가동했을 것입니다.
엔진오일 교체 후, 계기판에서 평균 속도 및 주행 시간 셋팅을[A or B] 0 km/h, 0 hour로 초기화하고, 본인의 평균 속도와 주행 시간을 확인해보세요. 주행 시간이 곧 엔진 가동 시간이 됩니다. 결국, 엔진 가동 시간이 200시간 정도 되었을 때, 대부분 5000~10000km 범위에 들어오는 이유가 됩니다. 보통 가혹 주행 조건에는 권장 교체 주기가 매 7500 km 이고 이상적인 경우 15000 km 내외 입니다. 국산차 대부분 아래와 같은 정기 점검표를 메뉴얼에 배포합니다. 이제 일반적으로 주행 거리 기준으로 엔진 오일 교체 시기를 10000 km로 잡는 것이 이해되실 겁니다.
아래는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의 정기 점검 메뉴얼표 입니다.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는 EV모드로 주행시 엔진이 멈춰있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가혹조건의 경우와 일반적인 경우에도 모두 7500km, 15000km (또는 매 12개월)로 잡고 있습니다.


7. 주행 거리가 짧다면? (계절별 관리법)
그런데 엔진 가동 시간이 아직 200 시간에 도달하지 않았고, 또한 주행 거리도 수천 km 정도로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도,...즉 주행 거리가 짧아도 엔진오일은 1년에 1회는 교체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오일이 산화되기 때문입니다.
- 연 1회 교체 시: 봄철(3~4월) 추천.
- 차 운행을 많이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 겨울철 결로 현상으로 생긴 엔진 내부의 수분과 슬러지를 배출하고, 다가올 여름의 고온을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 이것도 저것도 귀찮으시면, 그냥 생일 전후로 교체한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 연 2회 교체 시: 봄 & 가을.
- 여름의 고온을 견딘 후(가을), 겨울의 혹한을 견딘 후(봄) 교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 엔진 가동 시간이 200시간을 초과했어도, 아직 8000~10000 km를 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주행해서 이상적인 시기에 교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8. 맺음말
소중한 자산이고 유용한 이동 수단인 자동차! 결국 엔진오일 관리는 “좋은 거로 대충 갈아주세요”가 아니라, 내 차 매뉴얼의 점도, 등급과 주행 환경(평균속도, 가동시간)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엔진 가동시간 200시간 전후, 또는 1년에 한 번(많이 타면 1년에 두 번)이라는 간단한 기준"만 지켜도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엔진 수명을 연장하고 엔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 차주분들이 가장 잘하는 것 중에 하나가 엔진오일 교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초보라면, 이거 좋다, 저거 좋다에 끄달리지 않고 나름 근거가 있는 원칙을 가지고 똑똑한 차주가 되어 보세요. 다양한 외부 환경에 따라, 엔진과 오일의 상태에 따라, 주행 환경에 따라, 등등 수 많은 변수들을 다 고려하는 것은 일상 생활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렵죠! 그래서 이렇게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